<Ampersand> 김나현, 정수연, 청이인 우석갤러리, 2023.11.2-2023.11.14
앰퍼샌드는 and(그리고)를 의미하는 기호로,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부호다. 이름보다 형태로 익숙한 이 기호는 무언가 연결되고 지속될 것 같은 공통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전시 <앰퍼샌드>는 ‘&’ 처럼 ‘시각 작업이 보편적 인식을 바탕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 김나현 정수연 청이인은 기호의 기본적 용도인 ‘사회적
소통’에 집중하여 각자의 작품이 가진 해석의 가능성과 보편성을 찾아간다.
전시 준비과정은 이주영 「한국 근현대미술에 나타난 시각기호와 미적
가치에 대한 연구 :자연 모티브를 중심으로」, 남택운「시각예술의 기호학
연구」, 윤자정 「미술에 대한 기호학적 접근의 필요성과 의미」 를
참고하여 기호학적 접근 방식에 대해 토론하는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각미술에 접근하는 기호학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작업을 재고하고 다음 단계를 모색한다. 김나현은 사랑이라고 감각한 순간을 그린다. 직접 만든 음식을 가운데 두고
가족과 나누는 대화, 친구들과 같이 간 여행, 나의 생일, 친구의 생일,
부모님의 생일 등 수 십 번은 더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나가는 것이 아쉬운 순간들이 대상이 된다. 강렬한 색채와 붓질이
만들어내는 모호한 형상으로 시간과 공간을 조형화하여 회화적으로
풀어내는데, 이는 감각했던 순간이 구체적인 대화나 장면으로 남지 않지만
분위기와 감정은 명백히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표현이다.
대상을 재현하는 방식에 있어 사회적 합의가 된 도상(icon)이나
상징(symbol)을 사용하지 않지만 무언가 지시하는 듯한 모호한 형상으로
시간과 공간을 조형화하여 본인이 한정한 범위 내에서 기호 사용자의
마음에 해석체를 유발시키고자 한다. 정수연은 유년 시절 식물과 소꿉놀이 했던 기억에서 출발하여 이상적인
식물의 형상화를 꾀한다. 식물은 어린 시절 그 당시 소꿉놀이 친구 같은
존재이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매개체였다. 희미해진 서로 다른
기억의 조각들은 이질적으로 결합되거나 때로는 분화 및 변형되어 새로운
기억의 돌연변이에 가까워진다. 따뜻한 봄 햇살이 포근하게 내리쬐는
정원에서의 기억 조각은 노란색의 입체 조형과 새로운 식물의 형상으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형태로 상징화된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은유가 모이고
모여 이상적인 정원을 만든다. 꽃의 암술머리를 보면 빛나는 입체 형상이
구상이 되었고 꽃은 사계절 시들지 않았으면 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꽃과 나무가 합쳐진, 즉 평면적이고 기하학적으로 생긴 하이브리드 식물을
만들어 시들지 않는 영원함을 부여하고자 하였다. 이는 모든 것이 가능한
유토피아와 같은 정원을 상징화하는 과정을 통해 어린 시절의 자아와
연결하는 하나의 시발점으로서 작동하고자 한다. 청이인은 산수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하여 타인과의 관계를 모티브로
작업하고 있다. 산수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산수를 바라보는 현대적 시각을
제시한다. 현대인들이 익숙한 건축 내부 공간은 색 면을 직선적으로
분할하여 화면배경으로 삼고, 그 위에 간략한 조형으로 표현한 산수
이미지를 배치한다. 이렇게 한 화면에서 산수를 바라보는 시점과 그 속에
담긴 안정적 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산수에 대한 인식이
일으키는 내적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그 관계 속에 “안정적 거리”가 있는 본인의 자리에 맴돈다는 것과 연결해서
성찰한다. 그러므로 산수를 바라보는 것은 거울처럼 타인과의 관계를
투영한다. 산, 돌. 물 등 구체적인 대상의 추상적인 표현을 통해 ‘관계의
시작’, ‘관계의 다변성과 다면성’과 같이 관계 속 자아와 관계의 성질을
살펴보고 있다. 주로 분할과 구성을 통해 조형을 표현하는 청이인의 작품은
규칙과 불규칙 조형의 조화와 다양한 색채의 배치로 삼는다. 산의 기하학적
조형은 주로 변화가 많은 먹선으로 표현하며 삼각형 조형으로 구성하는
산은 작업 중 대표적인 기호다. 사람들의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는 조형적
표현의 탐색은 공통적으로 자연대상에서 느끼게 되는 아름다움이나 안정적
감각과 반대로 위험이나 불안정적 요소도 숨겨 있다는 것도 제시하고자
한다. 청이인은 기호 하나로부터 파생된 무한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